- 과음은 자해다. 불과 3일 전에 새겼던 다짐이 그날 마신 알콜과 함께 휘발됐다. 미친 한번만 더 정신 잃으면 문별이가 아니라 달별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단톡방은 이미 난리가 나있었다. 야 문문별 자냐? ㅋㅋ 부터 시작해서 온갖 해괴망측한 이모티콘 총집합이었다. 이걸 돈 주고 사는 인간이 있네. 대충 휴대폰을 확인한 문별이가 휘리릭 올라가는...
- 드디어 미친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김용선이?” “야” “뭔 볼드모트도 아니고 이름도 말 못하냐?” 이런 연락이 올 리가 없었다. 땅콩 껍질만 열심히 까던 박현지가 얼마 못 가 킬킬거리며 휴대폰을 잡았다. 야 그거 출연하면 얼마 준대? 돈 많이 달라 그래, 전 시즌 보니까 짤 엄청 돌아다니던데. 너 가오 다 뒤질 듯. 그러면서 휴대폰을 들이...
- “문 이사님은?” “아 그게요..” 미친. 눈앞에서 어물쩍대며 입술만 꾹 깨무는 박 대리를 본 김용선이 한숨과 동시에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어딨어요 지금? 새어나갈 뻔한 욕 대신 한숨 섞은 문장을 내뱉자 카페테리아에 계세요, 팀장님 와야 움직이신다고.. 간만에 끝이 흐지부지한 답이었다. 결국 허리춤에 얹고 있던 손을 내린 김용선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
- “야. 진짜 문 안 열어?” 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에도 마음은 꿈쩍 않는다. 소파에 앉아 음소거 된 TV만 쳐다보고 있던 문별이가 뒤이어 쿵쿵대는 소리에 한숨을 내쉬며 현관문을 쳐다봤다. 동네 사람 다 깨워라 다 깨워.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죄 없는 현관문을 노려보다 보니 어느새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다행히 손은 주인 눈치를 좀 보는지 현관문을...
- “굿모닝” “네 존나 좋은 아침” 한쪽 손을 흔들며 다가가던 나영이 한껏 벌렸던 입을 헙 닫는다. 자동반사적으로 튀어 나가려던 잔소리는 간신히 삼켰는데 가까워질 수록 선명해지는 얼굴에 눈이 커지는 건 못 막았다. 너, 너 눈 꼬라지가 왜 이래...! 자비 없는 손가락질이 코앞까지 다가갔다. 끔.뻑. 눈을 꾹 감았다 뜬다. 개뻐근해.. 눈두덩이를 지그시 ...
- 옆에서 본 문별이는 채워나갈 게 많은 아티스트였다. 까고 말해서 걍.. 기본이 안 됐다는 말이다. “야 너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우리 소속사에도 그런 애들 깔렸어” 그걸 아는 새끼가.. 험한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는다. 다시 한번 상기시켜본다. 쟤가 내 물주고 고용주다. 소파에 기다랗게 엎드려 대본집을 팔랑팔...
- “야 너 요즘 알바해?” “아니?” 립밤을 듬뿍 올린 입술이 번들거린다. 맨바닥에 철퍽 앉아 올려다보던 미연이 미심쩍은 눈빛을 했다. 왜, 또 뭐. 꼭 뭐 할 말 있으면 저러고 사람을 취조하듯 쳐다본다. 머리를 질끈 묶은 김용선이 답하자 설마 하는 얼굴이다. 너 뭐 이상한 고액알바 이딴 거 하는 거 아니지. 한 톤 낮춘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갑자기 ...
- 인생이 어디부터 꼬였더라. 아니 인생의 시작은 뭔데. 카페에 앉아 아이스초코를 시킨 김용선은 처음 한 입을 쫍 마신 이후 영 흥미를 못 느끼는 중이었다. 애꿎은 스트로우만 휘휘 저으며 얼음 소리에 집중한다. 달각달각 소리 내는 얼음이 분명하게 존재하는데 또 얼마 못 가 녹아 사라질 거란 사실도 분명하다.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쳐다보고 있는데도, ...
- [오늘 시간 돼?] 잠시 머뭇거리다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은 용선이 짧은 한숨을 내쉰다. 못 본 척 하기엔 너무 정확히 봤고 잘못 봤다고 치기엔 정확하게 이해했다. 간결한 물음에 뒤따를 답변은 예스 또는 노 둘 중 하나일 뿐인데도 어느 하나 선뜻 택할 수 없어서 무응답을 택한다. 흑과 백이 선명한 정휘인 성격상 저 질문도 최대한 돌리고 돌린 결...
@Flofu0221 나문사 문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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