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베이비

*말 많음 주의*

다사다난했던 런웨이베이비가 드디어 완결이 났습니다!🎉 완결 내고 이토록 감격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싶네요. 진짜 하...😂 할말넘많....... 사실 단편을 제외한 연재물은 러인하, 인더문 이렇게 두 개가 전부였었는데 왜 이렇게 많이 쓴 것 같은 기분인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체력고갈..^^ 잠깐 곰방대 피던 시절 얘기부터 해보자면.. 옛날옛적 티스토리 시절...

- “정휘인 씨, 잠깐만.” 답지 않게 긴장된 분위기가 가득했다. 머리를 쓸어넘긴 용선이 한 손을 허리춤에 올린 채 깊은숨을 내쉬었다.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던 휘인이 쭈뼛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용선의 뒤를 따라 편집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살벌하다, 살벌해.’ 처음부터 끝까지 그 모습을 지켜봤던 직원들이 저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

- “아, 짱나게 진짜. 선배 저 좋아하세요?” “당연하지.”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튀어나온 답을 들은 휘인이 입을 쩍 벌린 채 헛숨을 들이켰다. 미치것네, 이 양반. 뻗은 손에 걸려있는 쇼핑백이 어이없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코스튬에 집착하는 건데. 답답한 속을 꺼내서 보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2년 연속으로 커플룩 입었으면 됐지, 올해 또 같이 입...

- “오늘 현장 나가봐야 할 일이 있어서요, 복귀 시간 좀 늦어질 것 같아요.” “시간 보고 마무리되면 바로 퇴근해.” “넵, 최대한 마무리해 볼게요.” 늘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다이어리를 품에 안은 휘인이 꾸벅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떴다. 뻑뻑한 눈을 감은 채 눈두덩이를 문지르고는 힘겹게 눈을 깜빡였다. 서랍 안에 넣어둔 작은 파우치를 뒤적이다 한숨을 ...

- “벌써 연말 분위기 나네요.” “그러게. 난 크리스마스 생판 안 챙기고 사는데, 우리 회사 전야제 때문에 알고 넘어가잖아.” “나만 그런 거 아니지? 가면 갈수록 감흥 없더라, 크리스마스 같은 거.”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요즘은 길거리에 나가도 영 연말 분위기가 안 나긴 하지. 가끔가다 불타는 금요일 새벽이나, 주말...

- “속에 담아두면 화병 돼, 화병엔 약도 없는 거 알지?” “눈물이 안 나는 걸 어떡해, 억지로 울까?” 걱정과는 달리 쏙 들어간 눈물이었다. 로비 앞에 주차된 차와 열린 창문 사이로 보이는 별이 얼굴에 순간적으로나마 왈칵 치밀어오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찔끔 새어 나온 눈물을 닦아내고 총총걸음으로 달려가자 금세 차에서 내린 별이가 저를 끌어당겨 안았...

- 평화로운 휴일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볍게 조깅을 마치고 들어온 용선이 그다지 치울 것 없는 집을 휘적휘적 돌아다니는 중에 차임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총총걸음으로 욕실에서 뛰쳐나온 용선이 고개를 갸웃했다. 별이 온다는 말 없었는데. 인터폰을 확인하자 자동으로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한동안 볼 일 없었던 본가 사람이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아...

- 촬영장에 들어선 용선이 순간 얼어붙은 듯 숨을 멈췄다. 수십 번이 뭐야, 수백 번도 넘게 들락거린 곳인데. 이때까지 별 생각 없이 왔었던 촬영장이 심하게 낯설었다. ‘편집장님, 이쪽으로요.’ 예전에 몇 번 본 적 있는 얼굴이 저를 향해 웃는 얼굴을 했다. 반사적으로 웃으며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한 용선이 안내받은 방향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종종 ...

- “잠시만.” 갓길에 차를 세운 별이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을 했다.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사라진 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용선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묻지 않았는데도 와 있는 휘인의 문자가 반가웠다. ‘별 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회사 걱정하지 마세요~’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여튼, 정휘인. 눈치는 빨라 가지고. 뉴스 헤드라인까지 대충...

- “아침에 나 두고 혼자 나갔더라?” 달달한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신 별이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섭섭함을 내뱉었다. 휴대폰 너머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아니, 너는 오늘 일정이 빡빡하니까 좀 더 자라고 그런 거지.’ 숨도 안 쉬고 와다다 얘기하는 용선의 목소리가 귀엽게 느껴졌다. 콧잔등에 주름이 질 정도로 웃는 표정을 한 별이가 웃음소리는 안으로 삼...

- “이것도 그냥 까면 되죠?” “네-.” 크게 특별히 달라진 것 없는 일상이었다. 그날 별이의 품에 안겨 대성통곡을 하며 가슴 속에 있던 것들을 털어내고 나자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펑펑 울며 이때껏 입 밖으로 꺼내 본 적 없는 원망을 말을 쏟아냈을 때도 용선을 끌어안은 별이는 고개만 끄덕이며 제 눈을 가만히 바라봐주었다. 이제 다 말한 것 같은데. 잦...

- “저예요.” 익숙함에 가까운 건지, 낯섦에 가까운 건지. 위압감을 자랑하는 커다란 대문 앞에 선 용선이 차임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하고 묻는 아주머니의 음성이 당황스럽게 들린 건 착각인가. 저예요, 하고 간결한 답을 한 용선이 바짝 마르는 입술을 축였다. 문이 열리는 것 대신 어색한 정적이 감돌았다. ‘죄송해요, 아가씨. 사모님이 문 열지 말라고 하셔...